
ⓒ 2010 WATV
“더운데 고생하시겠어요. 건강 유의하시고, 알곡열매 많이 맺고 돌아오세요.”
어머니의 축복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필리핀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119번 게이트로 향했습니다. 119. 게이트 번호에, 속히 가서 죽어가는 영혼들을 구원하라는 하나님의 뜻이 담긴 것 같아 마음이 더욱 설레었습니다.
저희 일곱 명의 필리핀 케손시티 단기선교단은 출국을 며칠 앞두고 급히 결성되었습니다. 연락을 받고 한자리에 모이니 서울, 대전, 대구, 전주, 부산 등 다양한 지역의 식구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당연히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지요. 이런 저희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늘 해외복음을 갈망하면서도 정작 언어 공부에 게을렀다는 것과 성격이 다소 조용하고 차분하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저희가 보기에도 부족함이 많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족한 저희를 부르신 데는 분명 어머니의 크신 뜻이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더구나 어머니께서 “알곡열매 많이 맺으라”는 말씀을 주셨기에 더 이상 염려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가서 전하기만 하면 주신 말씀대로 반드시 현지 일꾼으로 자라날 실한 열매를 거둘 수 있으리라 확신한 것입니다.
영혼 구원의 역사는 곧바로 시작되었습니다. 현지 선교사님께서 저희들이 묵을 숙소를 알아보던 중 시온 근처에 있는 좋은 장소를 찾았는데,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그분이 몇 년 전에 연락이 끊겨 시온에 오지 못하고 있던 조안 자매님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날부터 다시 말씀을 공부한 자매님은 삼일예배와 안식일예배를 은혜롭게 지켰고, 그 다음 주에는 사촌 동생을 시온으로 인도해 열매 축복까지 받았습니다.
순조로운 출발에 감사드리며 본격적인 선교 일정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저희가 영어로 전할 수 있는 말씀은 어머니 하나님에 대한 진리와 하늘 자녀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 이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그것도 설명을 제대로 덧붙이지도 못한 채 성경 구절만 겨우 읽어주는 수준이었지요.
그렇게 전하니 듣는 사람은 물론이고, 저희 스스로도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틈나는 대로 공부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준비해 뜻이 잘 전해지지 않는 부분을 메워갔습니다. 그러자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나아지더니 어느 순간부터 말씀을 전할 때 저희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현지인들도 귀를 쫑긋 세우고 저희가 서툰 언어로 더듬더듬 전하는 말씀을 열심히 들어주었습니다. 도대체 뭘 말하려고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말입니다.
가톨릭이 국교이기에, 이곳 사람들은 태어나자마자 바벨론의 사슬에 매이게 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성경말씀을 전한다고 하면 대부분 거절하지 않습니다. 만나기만 하면 말씀을 들어주었기에 어머니 하나님에 대한 진리를 원없이 전했습니다. 그 가운데 많은 영혼들이 어머니의 영광의 빛으로 나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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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가에서 복음을 전하던 중 만난 베시 자매님은 ‘하늘 어머니’라는 말을 듣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며 놀라워했습니다. 그러고는 우리를 만나서 무척 기쁘다며 말씀을 살핀 후 곧바로 하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같은 시간에 다른 대원들도 한 여대생을 만나 두 시간이 넘도록 길에 선 채로 말씀을 전했는데, 이 여대생이 바로 칠라 자매님입니다. 진리를 확신한 후 구원의 표를 받은 자매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꿀송이보다 더 달게 받으며 규례도 소중히 지켰습니다. 얼마 전에는 부친께도 말씀을 전했다고 합니다.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전도를 나갔던 대원들이 급하게 되돌아왔습니다. 오후에 만나서 말씀을 듣고는 저녁 때 시온으로 찾아오겠다던 대학생이 약속대로 정말 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곳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거절하지 못해 형식적으로 약속을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속이 거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드물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영락없는 우리 하늘 가족이었습니다. 그날 시온에 온 대학생도 감사함으로 새 생명의 축복을 받은 후 꾸준히 말씀을 공부하며 규례를 지켰습니다. 또 하나님께서 저희 대원의 발걸음을 교회 건물 1층에 사는 지나 자매님에게로 인도해주셨고, 자매님은 진지하게 성경을 살핀 뒤 거리낌 없이 하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필리핀의 여름은 기온이 무척 높은 데다 비가 자주 와서 습하기까지 합니다. 현지 식구들은 그나마 적응이 됐겠지만 저희는 이보다 더 더울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 말씀을 전하다 보면 땀이 비 오듯 쏟아져 옷이 흠뻑 젖었습니다. 말씀을 듣던 사람이 그런 저희를 신기한 듯 보고는 했지요. 게다가 하늘이 까맣게 보일 정도로 자동차 매연이 심한 탓에 도착한 날부터 숨 쉬기가 답답하더니 이튿날부터 목이 따끔거리며 아팠습니다.
그런데도 힘들기는커녕 말씀을 전하는 내내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한국에서는 날씨가 조금만 더워도 “왜 이렇게 덥지?”하며 불평하고 또 ‘피곤’이라는 단어에 시도 때도 없이 휘둘리고는 했었습니다. 편안하고 좋은 환경에 거하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고 오히려 안일함에 젖어 육신의 안락을 추구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복음을 전하는 동안 그런 어리석은 생각들을 하나씩 내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그 빈자리를 성령으로 채워주셨습니다. 날마다 우리 영혼이 살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마치 잠들어 있던 영적 감각과 세포가 깨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많은 영혼을 구원하고자 단기선교에 나섰지만 먼저는 우리 영혼이 소성함을 입은 것입니다.
그 가운데 풍성한 열매의 축복이 매일매일 이어졌습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부지런히 복음을 전하는 동안 단기선교의 짧은 일정이 훌쩍 지나가버렸지요. 귀국을 하루 앞둔 날, 유독 열매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한 대원이 현지 일꾼인 린 집사님과 함께 말씀을 전하러 나갔습니다. 두 분은 오후쯤 한 청년을 만나 시온에 모셔 오기 위해 급히 택시를 잡아 탔습니다. 오는 중에, 청년이 어머니 하나님에 대해 물어오기에 저희 대원이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백미러를 통해 심상치 않은 눈초리를 보내는 것입니다. 순간, 훼방을 받으면 어쩌나 싶어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답니다. 저 택시 기사 분까지도 우리 식구가 되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때부터 기사 분은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조수석에 앉은 린 집사님이 성경을 통해 말씀을 전해주었습니다. 시온에 거의 왔을 즈음, 택시를 세워달라고 해도 그분은 교회가 어디냐며 계속 가더니 결국 교회 앞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는 시온으로 따라 들어왔습니다.
공교롭게도 당시 시온에는 새로 인도된 식구들이 무척 많아 모두들 바빴습니다. 그래서 기사 분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는데 혼자서 전도지 등을 살피는가 싶더니 갑자기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냥 가신 건가 싶어 당황하고 있는데, 잠시 후 그분이 돌아왔습니다. 전도지에 써 있는 말씀을 직접 찾아보려고 차에 있던 성경책을 가지러 간 것이었습니다.
선교사님과 공부한 후 말씀을 깨닫고 하늘 자녀로 거듭난 이분을 저희는 ‘택시 형제님’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간 택시 형제님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진리를 찾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돌아오는 안식일에 아내와 함께 가겠습니다.」
진정 하나님께서 이루신 역사였습니다. 어찌나 가슴이 벅차고 감사하던지, 지금도 그때의 감동이 잊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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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선교 일정을 마치면서, 그제야 어머니의 크신 뜻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습니다. 출정에 앞서 저희 모두는 단기선교의 기회를 허락해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짧은 기간 동안 후회 없이 복음을 전하겠다는 각오로 한마음이 되었습니다. 또한 저희의 부족함을 잘 알기에 서로 채워주고 힘이 돼주며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얼굴만 겨우 익힌 채 떠난 복음의 여정이었음에도 최상의 화합을 이루며 귀한 영혼들을 인도할 수 있었습니다. 진정 어머니의 뜻이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정말 즐겁고 신나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 시간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현지 식구들을 통해서도 참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식구들은 이웃 교회에 단기선교단이 다녀갔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도 어머니 나라에서 온 식구들과 함께 복음을 전하고 싶다”며 단기선교단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답니다. 언뜻 보면 저희가 현지 식구들에게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를 전하러 간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늘 감사하며 형제자매를 배려하고, 말씀을 간절히 사모하는 가운데 즐겁게 복음을 이루는 현지 식구들을 보면서 오히려 저희가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현지 일꾼들의 믿음과 복음의 열정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얼마 전, 한국 방문을 통해 어머니의 사랑을 체험하고 마음에 새겨 일꾼으로 거듭난 식구들이 많았는데, 그분들의 웃는 표정이 어찌나 밝은지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환갑이 다 되어가는 연세에도 틈만 나면 열정적으로 말씀을 전하는 헬렌 집사님, 영어 교사로 일하면서 애발스럽게 말씀을 전해 꾸준히 열매를 맺는 떼아 집사님, 어머니의 마음으로 식구들을 챙기며 야무지게 복음을 전하는 린 집사님 등 정말 많은 일꾼들이 복음에 헌신하며 어머니께 기쁨을 드리고 있습니다.
케손시티에서 복음을 전하는 동안, 열흘 내내 하늘 어머니가 무척 그리웠습니다. 어머니 계시는 한국이 그립고 어머니의 음성이 그리워 마음속으로 수없이 어머니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현지 식구들은 얼마나 어머니가 그리울까. 식구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 방문을 준비하고 또 천국을 간절히 소망하며 복음을 뜨겁게 이루는 이유가 바로 이 그리움 때문이구나.
그동안 저희는 나름대로 하나님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교만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듭나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현지 식구들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다시금 복음의 자세를 가다듬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단기선교를 통해 하나님께 허락받은 가장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필리핀 케손시티는 크기가 우리나라 국토와 비슷하지만 시온은 아직 한 곳뿐입니다. 그러니 전도 밭이 얼마나 넓은지 상상이 되실 겁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축복이 예비된 곳이지요. 어머니의 은혜로 현지 일꾼들이 많이 세워지고, 국내외 일꾼들도 세계복음의 사명을 받들어 부지런히 해외로 나아가고 있으니 케손시티에도 머지않아 곳곳에 시온의 기호가 펄럭이리라 믿습니다. 저희들도 그 사명의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부족한 자녀들에게 단기선교의 기회를 허락해주셔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큰 축복을 내려주심에 거듭 감사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