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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절 준비로 물러나 아쉬워요'

[2003-04-15] 참사 자원봉사 55일 최장기록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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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WATV

"영화는 끝났지만 그 감동은 영원합니다"
[대구참사 자원봉사단 종료기도예배 취재 일기] 리포터 / 김성희
4월 15일.

오늘은 55일 동안의 대장정을 마치고 시민회관에서 봉사캠프를 철수하는 날입니다. 교회에 모인 식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걸레와 빗자루를 손에 들고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정이 들어버린 시민회관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55일. 길기도 하고 짧기도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는 속 깊은 하나님의 뜻까지는 몰랐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갈수록 형용하기에도 벅찬 감동의 순간들을, 주체할 수 없는 전율의 순간들을 온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보잘 것 없는 우리를 도구로 삼아 오늘을 향해 기록된 성경예언을 성취하고 계심을 깨달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감사의 찬송을 드렸는지 모릅니다. 돌덩이와도 같았던 유족들의 마음을 부드러운 실크처럼 만들어주시는 하나님의 권능을 보면서...... 지극히 작은 것으로부터 큰 축복을 만들어가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우리 모두에게 현실로 다가 왔습니다.

그 동안 봉사캠프를 향해 쏟아진 외부의 관심과 칭찬의 말들, 그 말들을 열거하자면 한 권의 소설책도 충분히 엮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우리들의 모습을 비교하자니 마치 두더지의 삶과 같았습니다. 빛의 자녀이면서도 어둡고 축축한 땅굴 속으로 헤매는 심령들 말입니다. 조롱과 조소가 두려워 늘 잠꼬대와 같은 목소리로, 하나님의 사랑을 저들에게 온전히 전해 주지 못했습니다. 무엇인가 모를 이유로 각자의 생활에 주눅이 들어있었고 마음조차도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자원봉사라는 작은 손길을 통해 일거에 상상치 못할 명성과 칭찬을 얻게 하셨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인도하신 엘로힘 하나님의 사랑을, 당신들의 깊고도 넓은 사랑을 어떻게 해야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을 런지요!

목련나무는 꽃잎을 떨군 허전한 자리에 파릇한 잎들을 펼치고 햇살은 찬란하게 부서져 내려 목련나무 잎에서 작은 유리구슬이 되어 굴러다니고 하나님께서는 구름을 걷어내어 그야말로 화창하기 그지없는 날씨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그 동안 유가족들과 조문객들이 들릴 때마다 식사대접을 하기 위해 마련했던 탁자와 주방시설들이 말끔히 정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일찍 와서 부지런을 떤 식구들의 애발스러움 덕분이었습니다. 먼저 와 있던 식구들은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화사한 얼굴이었고 그 얼굴에 담긴 미소도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 2003 WATV
55일 동안 몸을 부대끼며 같이 일한 식구들입니다. 오래 사귄 친구처럼 정을 나누던 서로에게 손에 손을 잡고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당회로 돌아가는 것을 한결같이 아쉬워했고 서로의 수고를 위로하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오늘 기도예배를 위해 총회에서 특별히 오신 두 분 목사님들도 자리를 했고 유가족대표들도 나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대구광역시에서는 부시장님이 직접 시간을 내어 참석했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유가족 한 분이 너무도 씩씩하게 예배장소로 걸어 들어 왔습니다. 늘 식사를 하러 오신 분이라 낯이 익은 분이었습니다. 그리고는 흙먼지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시멘트 바닥에 넙죽 엎드려 큰절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너무도 정중하게, 천천히 큰절을 하고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습니다. “여러분 그동안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하며 다시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대구광역시 부시장님을 포함해서 모여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잠시 숨을 죽였습니다. 그러나 곧 이어 반사적으로 약속이나 한 듯이 박수를 쳤습니다. 유가족 대표도 부시장님도 박수소리는 끊일 줄 몰랐습니다. 벅찬 감격과 감동으로 눈물을 흘리는 식구들, 서로를 바라보며 주체할 수 없는 그 감동으로 서로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우리들의 진심이 저 분에게 정말로 전해졌구나 하는 위로를 느끼며......

그 순간 머릿속으로 자꾸만 떠오르는 하늘나라에서의 옛 기억들, 늘 우리를 향해 화사하게 웃어주시는 어머니의 그립고 보고픈 얼굴이 푸른 하늘 가득히 번져 왔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오늘 이 시간을 위해 우리를 움직여주신 당신. 어두움의 터널에서 순식간에 빛 가운데로 인도하신 당신. 자녀들의 슬픔만은 씻어 주시려고 만들어주신 이 감격의 순간 너무나 감사합니다.’

식구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지만 거대한 무엇인가가 가슴 속에 치밀어 올라 들뜬 마음을 가눌 수 없었습니다. 우리의 하나님, 당신만이 이룰 수 있는 감격의 순간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거대한 감격의 물결이 저마다의 가슴에 철썩 철썩 파도를 일으키고 사라진 뒤에도 그 여운은 오래도록 사라질 줄 몰랐지만 우리들은 예정된 기념예배를 시작했습니다.

새 노래 찬양이 시작되었고 노래 소리는 생기가 없던 시민회관 구석구석을 울리며 퍼져나갔습니다. 멀리서 다른 단체의 봉사자들이 까치발을 하고 넘겨다보고 옆에 있던 적십자 단체의 봉사자들도 부러운 시선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건너편 빌딩에서는 업무를 잠시 멈춘 채 창문 틈으로 얼굴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먹이를 쪼는 일에만 열심이던 비둘기 두어 마리도 새 노래가 울려 퍼지자 높이 날아올라 우리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참석한 유가족들은 처음 듣는 새 노래를 개의치 않고 서툴지만 열심히 따라 불렀습니다. 초대받지 않았던 다른 유가족들도 찬양 소리에 이끌려 나와 보더니 봉사자들과 함께 새 노래 찬송을 불렀습니다. 비록 백여 명에 불과한 적은 인원이었지만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랫소리는 천지를 진동하고도 남을 힘이 있었습니다.

이제껏 우리들의 품속에 꼭꼭 숨기고 불렀던 우리들만의 새 노래였습니다. 그 새 노래를 종교가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부를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다시 한번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그토록 애쓰며 연출해 보려 했어도 되지 않던 바이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며 주체할 수 없는 감격으로 온몸이 떨리는 것이었습니다.

ⓒ 2003 WATV
>> 총회 김주현 목사
유가족들의 영육간의 회복과 봉사자들의 축복을 기원하는 총회 김주현목사님의 축복기도가 이어졌고 기도가 끝난 후 유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편지를 읽어 내려갈 때 오랜 시간 유가족들과 아픔을 함께 했던 자원봉사자들은 사랑하는 애인을 떠나보내듯 안타까운 마음으로 눈시울을 적시며 찔끔 찔끔 흐르는 눈물을 훔치기에 바빴습니다. 이별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봉사캠프에 들러 따뜻한 국밥으로 허기를 채우며 봉사자들의 따뜻한 한마디 위로에 얼음장 같던 마음을 녹였던 그들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어느새 봉사자들과 유가족들은 서로가 떠나면 보고 싶고 그리운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어떤 장벽도 허물어버리고 그 어떤 장애도 무너뜨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주고받으며 한 식구처럼 되어버린 우리와 그들이었습니다.

ⓒ 2003 WATV
>> 대구광역시 김기옥 부시장
알지 못하는 사이에 융합될 수 없으리라 여겼던 사이를 지척으로 좁히고 결국 하나로 만들어 버리고야 마는 하나님의 사랑. 우리들도 믿음생활을 하노라 하나님을 믿노라 하면서도 미처 그 장광고를 가늠하지 못했던 하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다른 어떤 이가 아니라 바로 내가 바로 우리가 하나님의 위대한 사랑을 넘치도록 받고 있는 그 분의 자녀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움이 느껴졌습니다.

목사님이 유가족들을 위한 편지 낭독을 끝내자 대구 부시장님의 간단한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사고 수습을 위해 대구시에서 했어야 할 유가족과 조문객들에 대한 무료급식을 고스란히 담당해 준 우리 하나님의 교회에 너무나 감사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유가족 대표로 참석한 윤석기씨의 감사인사가 있었습니다.

ⓒ 2003 WATV
>> 유가족 대표 윤석기씨
너무도 또렷한 음성으로 너무도 진지한 마음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는 진한 감사와 고마움이 절절하게 고스란히 담긴 내용의 인사말이었습니다.

늘 하나님의 교회에서 식사를 하면서 그동안 많은 칭찬을 해 주었던 유가족들이었지만 대표의 새삼스런 인사말에 우리들의 마음은 다시 출렁였고 비록 그것은 사람의 말이요 언어였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들을 위해 베풀어주신 편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새 노래 찬양을 부르며 예배를 마치고 난 뒤 기념촬영을 하면서 서로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었습니다. 카메라 앞에 선 식구들의 얼굴은 마치 별을 이고 선 천사처럼, 새하얀 날개를 단 천사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하며 하늘나라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진을 찍을 때 또 다시 비둘기 한 마리가 창공으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동안 봉사캠프에 머물렀던 하나님의 성령이 또 다른 곳으로 사랑의 둥지를 틀기 위해 비상하는 듯 높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때로는 ‘어머니’를 외치며 때로는 손을 흔들며 사진을 찍는 식구들은 한결같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맑아 보였습니다. 많고 많은 지역 중에 또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우리를 택하여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도구로 삼아주시고 당신의 고귀한 사랑을 전하는 매개체로 삼아주셨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식구들은 저마다 빗자루에 걸레를 들고 마무리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당회에서 추렴해온 자재들을 다시금 각 당회로 가져가기 위해 이리 저리 분주하게 정리를 하고 순식간에 먼지하나 날리지 않을 만큼 환하고 깔끔하게 청소를 했습니다.

식재료를 올려놓으려다 짓이겨진 풀 나무도 다시금 생명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조각끈을 가지고 와서 알뜰살뜰히 다시 모아서 세워 두었습니다. 나무 아래 흩어진 쓰레기 조각과 비닐조각도 일일이 손으로 주워 담고 빗자루로 쓸어 담았습니다.

그 동안 비를 피해주고 밤이슬을 피하게 해준 천막도 여럿이 합심하여 걷어내며 우리들은 다시금 하나 됨의 소중함을 배웠습니다. 몇몇 분의 유가족은 우리들의 청소를 도와주기도하며 아쉬운 마음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 2003 WATV
기념촬영 (좌측부터:김주현목사, 유가족, 유가족대표 윤석기씨, 대구광역시 김기옥 부시장,이강민목사)
청소가 갈무리되어 갈 때쯤에는 미처 예배에 참석하지 못했던 유가족 몇몇 분들이 찾아와 눈물로써 이별인사를 청했고 시청 관계자들도 나와서 아쉬운 마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그 동안의 수고에 고마움을 표하러 일부러 들러주었습니다.

대구시 관계자들은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때에도 꼭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 그 동안 너무 수고가 많았다. 고맙다”며 자신의 가슴에 달고 있던 U대회 기념 배지를 봉사자에게 달아주며 인사를 하고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55일 간의 길고도 짧았던 자원봉사를 통해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 긴 시간동안 우리와 함께 했던 하나님의 따스한 숨결을 우리는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잠재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칭찬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자녀들이 지치고 힘들지 않도록 틈틈이 칭찬을 듣게 하셨고 피로를 잊고 봉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셨습니다. 긴 시간동안 일할 수 있는 강건한 육신의 건강 또한 허락하여 주셨습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통해 하늘에서 이산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소중함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자녀와 아내를 모두 잃고 쓰레기더미를 파헤치며 울부짖던 어느 아버지의 절규와 그리움을 목도하며 우리는 하늘 부모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오늘따라 하늘나라가 더욱 그립습니다.

하나님! 오늘 밤은 꿈속에서라도 우리들과 함께 영화로웠던 천상에서의 하루를 살다가 올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비록 영화는 끝이 났지만 감동은 사라지지 않듯이 우리는 오늘의 감동을 하늘가는 그 날까지 가슴에 안고 복음의 불씨로 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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