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까지 북아메리카 동부 연안에 정착해있었던 유럽의 이민자들은 간단한 짐을 실은 마차를 몰고 미시시피 강을 건너 미지의 세계이자 기회의 땅, 서부 황야로 떠났습니다. 척박한 땅을 개척하는 동안 금광이 발견되었고 골드러시(Gold rush)가 일어나면서 산업은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많은 역사가와 학자들은 프런티어(Frontier) 정신1이야말로 미국을 강대국으로 이끈 성장의 원천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에 맞서 싸우며 서쪽으로 나아갔던 선구자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미국은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프런티어 정신으로 무장한 개척자들은 오늘날에도 있습니다. 복음의 빛이 아직 비치지 않은 미국 곳곳을 누비며 힘 있게 진리를 증거하고 엘로힘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는 새 언약 일꾼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 2012 WATV
거창한 계획보다 어머니 말씀대로
제가 미국 남부 플로리다 주의 올랜도로 온 때는 2008년 8월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3년간 복음에 동역했던 시카고교회와 달리 올랜도 시온에는 그다지 많지 않은 식구가 믿음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제가 오기 얼마 전에 허락받은 넓은 성전을 채우려면 당장 복음에 박차를 가해야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머니께 자주 뜻을 구했습니다. 번거로우셨을 텐데 어머니께서는 항상 웃으시며 용기가 되는 말씀으로 격려해 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 누차 당부하신 말씀은, 한 식구 한 식구에게 사랑을 많이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당부대로 식구들이 잠시 교회에 들르더라도 하나님의 사랑과 하늘 가족의 정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식구’(食口)는 ‘함께 먹는 사이’라는 뜻이지요.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양이 적어도 나눠 먹고, 반찬이 변변찮아도 식사를 함께하며 자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매일 만나는 식구도 몇 년 만에 처음 만나는 것처럼 반갑게 대했습니다. 일부러 그러려고 한 것이 아니라 식구들이 올 때마다 정말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미국 사회는 개인주의가 강합니다. 올랜도의 경우 주택가의 집들이 드문드문 떨어져 있어서인지 이웃 간의 왕래가 적고, 성인이 되어 독립하면 가족과의 관계에도 거리가 생기는 편입니다. 혼자 편하게 사는 듯싶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근심걱정을 털어놓고 함께 고민할 사람이 없어 혼자 끙끙 앓는 일도 많고, 그래서 알게 모르게 사랑과 정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적잖습니다. 식구들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거나 작은 것에 신경 써주는 데 무척 감동했습니다.
처음에는 저의 섣부른 언행 때문에 오해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식구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주고자 하는 진심은 문화와 언어의 경계를 넘어 식구들의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졌고,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며 믿음이 성장한 식구들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그 사랑에 마음이 열린 많은 이들이 시온으로 인도되었습니다. 진리를 영접한 분들이 가족에게 말씀을 전하면서, 소원해졌던 가족 관계가 회복되기도 하고요. 어머니의 말씀대로 ‘사랑’은 만국 공통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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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마스터키
올랜도로 올 때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올랜도가 ‘바이블벨트’ 지역이라는 것인데요, 바이블벨트(Bible Belt)는 미국 중남부에서 동남부 여러 주에 걸쳐 종교적 유대가 강한 지역을 뜻합니다. 그중에서도 올랜도는 대표적인 개신교 기반의 도시라 자신의 신앙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편입니다. 혹여 진리에 대한 반대와 훼방이 거세지 않을 까, 걱정이 없지 않았지요.
하나님의 모략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성경을 자주 읽고 평소에도 성경 공부 모임 갖기를 좋아하는 이곳 사람들은 성경 말씀을 전한다 하면 누구든 흔쾌히 들어주었습니다. 한번 성경을 펼치면 몇 시간이고 공부가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이미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성경이 어떤 책인지, 왜 성경 말씀대로 행해야 하는 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물론 배운 바가 있다 보니 안식일이나 유월절 진리를 전하면 물 만난 고기처럼 해박한 성경 지식을 쏟아내며 진리를 반박하고 절대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견을 달지 못하는 진리가 있습니다. 바로 하늘 어머니입니다.
성경에 하늘 어머니가 증거되어 있다고 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이냐고 묻습니다. “뭐라고요?” 하고 되묻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하늘 어머니’라는 말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엘로힘’이라는 단어는 대부분 알고 있는데, ‘여호와’나 ‘예수’ 같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잘못 알고 있다가 엘로힘의 참뜻과 하늘 어머니의 존재를 알려주면 놀라워하며 수긍합니다. “하늘 어머니는 절대 없다”고 확언하는 사람도 성경을 펴서 보여 주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수십 년간 안식교 교리대로 살아오신 어르신이 있습니다. 뉴욕에서 진리를 영접한 딸을 통해 부인과 함께 시온으로 인도되셨는데 처음에는 고집이 대단하셨습니다. 성경 구절을 볼 때마다 트집을 잡으려는 듯 마구 질문을 던지셨지요. 차근차근 알려드려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하실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늘 어머니를 깨닫고는 완전히 달라지셨습니다. 규례는 물론이고 가족 전도에도 열심이시더니 올랜도에 함께 살고 있는 딸과 사위에 이어 친척 두 분까지 새 생명으로 이끄셨습니다.
하늘 어머니께서 이루시는 놀라운 역사는 비단 올랜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힌두교가 득세한 네팔에서도, 가톨릭이 뿌리 깊은 유럽과 남미에서도, 유교 사상이 강한 한국에서도 복음이 번개처럼 빠르게 전파되고 있지 않습니까.
하나의 문만 열고 잠글 수 있도록 설계된 일반적인 열쇠와 달리 어떤 문이든 열 수 있는 열쇠를 마스터키라 합니다. 하늘 어머니의 진리는 그야말로 온 세계 사람들의 마음 문을 열어주는 복음의 마스터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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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잣대를 버릴 때 보이는 것들
미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는, 강대국이라 당연히 사람들 모두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즐길 줄 알았는데 현실은 생각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전에 있었던 시카고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마천루가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도시입니다. 그곳에서 미국인들을 가까이서 보며 삶이 참 팍팍하다고 느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즈니랜드가 위치해있고 관광도시로 널리 알려진 이곳 올랜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낮에 주택가에 가보면 집들이 텅텅 비어있어 사람을 만나기 힘들 만큼 많은 이들이 아침 일찍 일과를 시작해 밤까지 일에 치여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두세 개의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도 꽤 되지요. 고단한 밤에 집에 돌아오면 잠자리에 들기 바쁩니다. 저녁 아홉 시만 되어도 상점 문이 닫히고 거리의 불이 다 꺼집니다.
그럼에도 식구들은 한결같이 복음에 헌신합니다. 직장 일이 늦게 마쳐도 꼭 교회에 와서 성경 말씀 한 장이라도 살피고 돌아갑니다. 한 분은 직장에서 시온까지 두 시간이나 걸리는데도 매일 직접 운전을 해서 시온에 다녀갑니다.
식구들의 열정은 쉬는 날에도 식지 않습니다. 휴일을 천금 같은 전도의 기회라 생각하고 시온으로 모입니다. 낮에는 열심히 전도하고, 밤에도 늦게까지 성경 발표를 하거나 은혜로운 시온의 향기를 나눕니다. 모두의 마음에는 천국 소망밖에 없는 듯합니다. ‘도대체 언제 쉬시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들 열심이지요.
그렇게 힘든 여건에도 열심 내는 예쁜 식구들인데 한동안 처음 사랑을 잊고 식구들의 부족한 점이 눈에 더 들어올 때가 있었습니다. 늘 어머니 뜻을 헤아리고 어머니 말씀대로 실천한다면서도 여전히 제 생각을 버리지 못했던 겁니다. 서로 동떨어진 문화권에서 살아왔으니 당연히 사고방식이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고 ‘왜 저렇게 할까, 왜 이렇게는 안 하지?’ 하며 제 입장에서 세운 기준으로 식구들을 판단했습니다. 식구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이해하지 못하고 제 생각에 따라줄 것을 요구하며 저와 다른 점은 고치기를 부탁했습니다.
식구들의 티끌만 한 허물―실은 허물도 아니고 그저 저와 다른 점이었지만―에 앞서 ‘제 눈의 들보’를 보기까지 참 오래 걸렸습니다. 어머니의 기다림과 제 허물을 감싸준 식구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껏 깨닫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선입견을 배제하고 그릇된 잣대를 거두자 부족해 보이던 식구들에게서 두려움을 모르는 개척자의 기개가 느껴졌습니다. 제가 알지 못했을 뿐 식구들은 제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도, 지금도 진정 미국 복음을 일구기 위해 헌신하는 복음의 개척자들이었습니다.
개척자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기회의 땅
2000년 전, 오순절 성령을 받은 사도들은 예루살렘의 울타리를 넘어 유럽으로, 세계로 복음을 전파했습니다. 초막절 시대, 늦은 비 성령을 충만히 내려주시는 오늘날 미국에서도 그와 같은 축복의 역사가 재현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에 복음이 신속히 전파된 데는 미국 식구들의 개척 정신을 일깨운 한국 선교단의 도움이 컸습니다.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와 언어도 안되고 문화도 모르는 악조건 속에서 단기선교단이 뜨겁게 복음을 전파하는 동안 곳곳에 하우스처치(house-Church)가 세워지고 식구들이 찾아졌습니다. 현지 식구들도 단기선교단과 함께하면서 하나님의 권능을 체험하며 믿음의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 가운데 플로리다 주의 많은 도시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져 현재 올랜도와 마이애미에 각각 두 곳의 시온이 있고 잭슨빌에서도 하우스처치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밖에 하우스처치가 세워질 예정인 도시가 많습니다.
이제는 식구들이 스스로 복음을 개척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에는 탬파라는 도시로 단기선교를 갈 예정인데, 올랜도 시온 식구들이 처음으로 준비하는 자체 단기선교입니다. 식구들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매일 시온에 오면 단기선교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제일 먼저 묻습니다.
식구들이 단기선교를 서두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지를 통해 진리를 영접했지만 시온이 없어 혼자 혹은 둘이서 믿음을 지키는 분들의 수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그 식구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하루빨리 시온을 세우고 싶어 다들 마음이 급합니다. 인근 도시에 시온이 다 건설되면 플로리다 주의 경계를 넘어 미지의 세계, 기회의 땅으로 달려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올랜도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복음의 일꾼들이 19세기 초의 개척자들처럼 프런티어 정신으로 무장해 동으로, 서로 복음의 미개척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인근 잭슨빌의 하우스처치를 운영하는 식구는 플로리다의 정반대쪽에 위치한 샌디에이고에서 오신 분입니다. 예전에는 일꾼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복음에 헌신하는 일꾼이 많아 사방에서 축복을 빠르게 침노하고 있습니다.
복음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 우물쭈물하다가는 복을 다 놓쳐버릴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마저 듭니다. 이렇듯 담대하고 열정 넘치는 심장을 가진 식구들과 함께하며 복음에 헌신할 기회를 주신 엘로힘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작년 정기총회 때가 기억납니다. 어머니께서는 매사에는 말할 것도 없고 성경 발표를 할 때도 식구들이 구절구절마다 하나님의 사랑과 희생을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작년만이 아니라, 처음부터 지금까지 어머니께서 한결같이 당부하시며 본보여 주신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어머니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복음에 임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복음의 사명은 제 자신을 거듭나게 하는 과정임을 요즘 들어 절실히 느낍니다. 늘 식구들에게 공부를 가르치지만 제가 무언가 알려준다기보다 함께 배우는 기분입니다. 사랑이 부족한 제가 이곳에서 깨닫고 변화되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곳으로 보내주셔서 사랑 많고 은혜로운 식구들을 만나게 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 뜻을 잊지 않고 항상 식구들과 서로 섬기고 사랑하며 복음의 미개척지를 향해 진군하는 올랜도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시온의 기호가 미국과 전세계에서 펄럭이게 될 그날이 오기까지 하늘 가족 모두 성령의 축복 충만히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