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리아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것이 선지자의 사명이고, 그 사명을 이루기 위해 선지자의 길에 섰습니다. 외국어 하나 잘하는 것 없고 워낙 부족한 점이 많아 정말 해외복음이 현실로 이뤄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늘 이런 마음은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가라” 하신다면 그곳이 어디든 주저하지 않고 “아멘” 하고 가는, 하나님께서 기쁘시게 쓰실 수 있는 복음의 도구가 되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2010년 3월, 어머니의 부르심에 “아멘” 하고 온 곳이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였습니다.
제2울란바토르교회 건설이 진행되는 동안 제1울란바토르교회에서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도 열정이 넘쳐나는 울란바토르교회 식구들을 보며 복음의 정신을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었고, 12월에 본격적인 제2울란바토르교회 복음이 시작됐습니다. 목표는 오직 한 가지, 한국을 떠날 때 어머니께서 마지막으로 주신 말씀이었습니다.
“기쁜 소식 전해주세요.”
어머니의 기쁨은 잃은 자녀 찾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반드시 많은 영혼을 찾아 육천 년 동안 자녀를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께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예물을 깨끗한 그릇에 담아 하나님의 집에 드림같이 모든 형제를 열방에서 예루살렘으로 하나님께 예물로 드릴 것이요”(사 66장 20절)
제2울란바토르교회는 200여 명의 식구들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실상 말씀을 가르칠 수 있는 일꾼은 서너 명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교회가 자리 잡은 지역에서 제1울란바토르교회까지는 두 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식구들이 제1울란바토르교회에 소속해 있을 동안은 시간 문제로 예배가 마쳐지면 곧장 집으로 가야 했기에 말씀을 제대로 살필 여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온의 문화나 분위기도 익숙지 않아서인지, 인사나 감사하다는 말을 잘하지 않는다는 호전적인 몽골인의 특성이 다분히 느껴졌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하나님의 뜻을 잘 가르쳐주면 잘 실천할 식구들이라고 말씀하셨었습니다. 정말 ‘잘’ 알려드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일꾼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쉬지 않고, 때로는 끼니도 잊고 하루 종일 방문을 다녀도 식구들을 다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잘 모르는 식구들이, 분가한 후로는 잘 찾아오지 않는다고 서운해할 때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가장 마음이 착잡할 사람은 누구보다 열심히 동분서주한 서너 명의 일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꾼들은 오히려 회개를 하며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고 식구 한 명, 한 명마다 용서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식구들을 천국에 넉넉히 입성할 수 있는 믿음으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인내로써 더 열심히 일해야 했습니다. 항상 먼저 다가가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고, 2011년 들어서 두 달 동안은 하나님의 진리를 교육하는 데만 주력했습니다.
문제는 저의 몽골어 실력이었습니다. 제대로 뜻을 전달하지 못하거나 아예 잘못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따뜻한 위로를 해주고 싶어도 입으로 나가는 말은 단순하고 직설적인 말뿐이라 식구들에게 아픔을 주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전하고 싶었지만 제 말은 사랑이 아닌 상처가 되고 있었습니다.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날이 많았는데 하루는 설교 시간에 단상에 서서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말도 못 잇고 계속 눈물만 흘렸습니다. 천상의 언어를 잃어버린 자녀들에게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을 안으로 간직해야만 하는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하셨을까, 그 답답함이 가슴에 사무쳤습니다.
“어머니께서 여러분을 너무나 사랑하시는데 다 전해주지 못해서, 제가… 말을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 말밖에 하지 못하고 단상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식구들이 같이 눈물을 흘리는 겁니다. 참, 그때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이후로 식구들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말씀을 통해서도 조금씩 하늘의 지식을 알아가던 중에 한국에서 영상물 한 편이 날아왔습니다.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담은 이 영상물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 2011 WATV
“어머니께서 우리를 위해서 저토록 희생하고 계시는데 우리는 하루하루를 뭐하고 보냈던가.”
‘어머니’ 해도 멀뚱멀뚱하던 식구들이 어머니의 사랑을 눈으로 확인하고, 마음으로 깨닫자마자 불같이 일어났습니다. 깨끗한 믿음의 그릇을 준비한 식구들이, 순전한 마음으로 엘로힘 하나님을 사모하는 영혼을 찾아 하늘 예루살렘에 예물로 드리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어머니를 향한 감사와 순수한 감동만으로 뜨겁게 열린 전도 축제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히 13장 8절)
3월 중순부터 4주간 실시한 제2울란바토르교회 전도 축제의 제목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다”는 성경말씀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우리를 위해 어제도 기도하시고, 오늘도 기도하시고, 영원토록 기도하십니다. 그러니 저희도 어제 열심히 하다가 오늘 지쳐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어머니께서 기뻐하실 열매를 맺자고 다짐했습니다.
식구들의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1월과 2월, 열심히 배워뒀던 말씀으로 이 시대 구원자로 오신 성령과 신부를 담대히 증거했습니다. 한 식구는 사람과 마주하는 것이 어색해서 전도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분이었는데 어머니의 사랑을 깨달은 후로는 열매를 맺지 않고는 집에 갈 수 없다며 밤늦게까지 복음 전하기를 쉬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는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순전한 영혼을 찾기 위해 이 시대 구원자로 오신 성령과 신부를 시인하고, 생명수를 간절히 원하는 이에게만 새 생명의 축복을 건넸습니다. 그런데도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열매 축복이 터졌습니다. 쫓아와서까지 침례를 받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업무를 제대로 못 보기도 하고, 잠시도 시온을 비울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영혼이 한꺼번에 밀려와 누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은 모임을 하는데 다른 시온에 와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 앉아있는 겁니다. 이삼일 전에 인도된 분들이 자신들도 복음을 전하겠다고 온 것이었습니다. 과연 이분들이 말씀을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사람들에게 주저하지 않고 하늘 어머니를 알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4주 동안 인도된 알곡이 300명이 넘습니다.

ⓒ 2011 WATV
전도 축제가 끝나고 곧바로 제2울란바토르 교회의 첫 유월절이 다가왔습니다. 교회를 넓은 장소로 허락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유월절을 지키고자 하는 영혼들의 수를 헤아려보니 다 들어올 수가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어머니의 은혜로 이번 유월절은 대형 공간에서 제1울란바토르교회와 연합예배를 드렸습니다. 몽골에서의 첫 유월절을, 제2울란바토르교회 식구들 450여 명과 수많은 하늘 가족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울란바토르의 중심은 평지라 도시화가 됐지만 주변 산 쪽으로 올라가면 게르(몽골인의 이동식 천막집)촌이 형성돼 있습니다. 게르에 사는 식구들도 꽤 되는데 길이 보통 험한 게 아닙니다. 차는 금방이라도 망가질 것 같고, 비가 한 번씩 오면 구렁이 생겨서 빠지기 십상입니다. 식구들이 시온에 한번 오려면 그 험한 길을 한참 걸어 내려와 버스를 타야 합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갈 때는 가로등도 없어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고 갑니다. 그럼에도 시온에 모여 하늘 가족을 찾으려는 열정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처음 식구들의 마음은 무엇 하나 새기기 어려운 돌판 같았습니다. 하지만 한번 새겨진 것은 마음과 정성, 목숨을 다해 행합니다. 식구들의 마음에 새겨진 것은 바로 ‘어머니’입니다.
내가 복음을 전하지 않으면 어머니는 얼마나 더 힘드실까 하는 마음에 열악한 상황에서도 쉼 없이 말씀을 전하며,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동일한 길을 걸어갑니다.
“나는 천지에 충만하지 아니하냐”(렘 23장 24절)
몽골은 불교와 무속 신앙이 강하고, ‘종교법’이란 것이 있어 교회가 세워지기까지의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전반적으로 기독교에 호감이나 친근감이 적어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참 진리 앞에서 사람들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성경말씀을 전한다고 하니 뿌리치듯 지나가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때 한 식구가 어머니 하나님이 계신 것을 아느냐고 소리치자 갑자기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면서 말씀을 살폈고 이내 어머니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대부분 성경에 대해 잘 모르는데도 한번 말씀을 보기 시작하면 진리를 분별하고 깨닫는다는 것입니다. 전도라는 개념도 잘 모르지만 일단 아는 진리는 가족들에게 전해 금세 시온이 붐빕니다. 엊그제는 한 분이 시온에 찾아와 이곳에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느낀다며 성경을 상고하고 온 가족을 인도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몹시 부족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건만 인간의 설명으로는 다 할 수 없는 어머니의 역사가 매일같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300킬로미터 떨어진 돈드고비라는 지역에도 지교회가 순식간에 세워졌습니다. 일꾼이 부족해서 새로운 지역으로 복음을 개척해나가고 싶어도 여력이 없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권능을 나타내셨습니다. 전도 축제 때에 진리를 영접하고 고향으로 내려간 새 식구가 주위 사람들을 진리로 인도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식구 몇몇이 나흘 일정으로 돈드고비에 단기선교를 떠났습니다. 장장 열두 시간을 타고 가는 버스 안에서 식구들은 승객들에게 말씀을 전했고, 돈드고비에서는 훼방자들을 단번에 말씀으로 물리치며 귀한 영혼들을 하나님께로 이끌었습니다.
식구들이 다녀온 다음 날, 돈드고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성경을 더 안 가르쳐주냐는 반가운 독촉 전화였습니다. 저희는 바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전화로 말이지요. 수화기를 스피커폰으로 돌려놓고 스무 명의 식구들이 모여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절로 흐뭇해집니다.
얼마 전 제2울란바토르교회에서 첫 한국 방문까지 이뤄졌습니다. 2천 년 전, 예루살렘에 머무르며 열흘간 성령을 간구한 사도들의 믿음이 성령을 받은 후 확연히 달라졌듯 방문단 식구들은 어머니 곁에서 머문 열흘의 시간 동안 어머니의 성령을 한가득 받고 돌아와 180도 달라졌습니다. 겁이 나서 발표도 잘 못하던 식구가 베드로와 바울처럼 담대하게 말씀을 전하고, 주뼛거리며 인사하던 식구가 누구에게라도 깍듯이 인사합니다.
마치 화학작용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머리로만 알던 지식에 어머니의 사랑이 닿는 순간 일어난 놀라운 변화라고 할까요. 가장 적절할 때에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친히 이끄시며 절대적으로 저희를 도우시는 어머니는 실로 천지에 충만하십니다.
“하나님을 위하여 초막절을 지킬 것이라”(레 23장 34절)
이제 식구들의 화제는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단순히 어머니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내용이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우리를 위해 희생하시면서도 힘들다 하지 않으시고 사랑을 베푸시는데, 우리가 작은 일도 참지 못하고 힘들다 해서야 되겠는가. 우리도 어머니처럼 인내의 사랑을 행하자”고 이야기합니다. 그 속 깊은 생각에 은혜를 많이 받습니다.
이 마음은 고스란히 행동으로 옮겨져 식구들은 밤늦도록 식사 시간도 잊은 채 복음을 전합니다. 요즘은 제가 식사 때마다 부르고, 그만하라고 말리느라 바쁠 정도입니다. 처음 일꾼이 부족해서 힘겨웠던 때가 생각납니다. 단시간에 좋은 일꾼들을 세워주셔서 복음이 안정됐다 싶었는데, 일꾼들이 이렇게 열심히 복음을 전하니 식구들이 배로 늘어나 또다시 일꾼을 간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오순절 절기가 끝나면 한국에서 단기선교단이 옵니다. 단기선교 기간에 물밀듯 밀려올 영혼들을 맞이하기 위해 기도주간 동안 어머니의 사랑을 잘 전할 수 있는 말씀의 능력과 식구들을 잘 섬길 수 있는 어머니의 성품을 허락해주시길 한마음으로 구하려 합니다. 뜨거운 성령의 능력으로 풍성한 열매 맺기를 기도합니다.
제2울란바토르교회의 가장 큰 꿈은 어머니의 사랑에 보답하는 것입니다. 레위기에는 하나님께서 백성들을 위하여 제정하신 3차의 7개 절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마지막 일곱 번째 초막절 절기에 대한 기록을 보면 “여호와를 위하여”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시대는 예언적으로 초막절의 시대입니다. 하나님께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하나님을 위하여’ 일하는 시대가 아닐까 합니다. 어머니께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어머니를 사랑하는 조건부 사랑이 아닌 진실한 감사로써 어머니를 사랑하고, 어머니의 기쁨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어머니께 보답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그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늘 가족 찾는 일뿐이지요.
몽골의 행정구역은 21개의 아이막과 315개의 숨으로 나뉩니다. 어머니께서 진정 기뻐하실 알곡열매를 찾아 울란바토르뿐 아니라 각 아이막과 몽골 전역에 속히 시온이 건설되도록 어떤 고난이 온다 해도 열심히 복음을 전하겠습니다. 오직 어머니를 위하여.
참 신기한 것이 해외에 오니 어머니께서 바로 곁에 계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울란바토르에서 스무 시간 걸리는 흡수골이란 지역에 버스를 타고 간 적이 있습니다. 목 받침도 없는 좌석은 비좁았고, 영하 20~30도까지 떨어진 날씨에 히터가 안 나와서 손발은 다 얼고 허연 입김이 새어나왔습니다. 버스는 산 넘고 강 건넌다는 말 그대로 꽁꽁 언 강을 건너고, 도로도 없는 산을 넘었습니다. 그렇게 스무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이 강을 건너면 딸이 있다는데, 이 산을 넘으면 아들이 기다린다는데….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든 가셨겠지.’
한국에서 오랜 복음생활을 하면서도 지식적으로만 알고 머릿속에서만 메아리치던 어머니의 마음이, 손발이 다 얼어 보고, 산 넘고 강 건너 보고서야 조금이나마 느껴집니다.
해외복음. 정말 고난은 많지만 어머니를 더 가까이 모실 수 있는 큰 행복이 있습니다. 물론 복음을 위한 좋은 고난은 한국이나 해외나 동일할 것입니다. 어머니를 사모하는 마음 하나로 수고하고 계실 전 세계 시온 가족들을 위해 그리고 지금도 우리만을 위해 희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저희 제2울란바토르교회 식구들은 항상 기도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사랑하는 하늘 가족 모두가 어머니께서 내리시는 늦은 비 성령의 축복을 충만히 받으시길 바란다는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