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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을 걷어내고 희망을 복구하다
[2004-03-18 오후 2:22:00] 청주 성도들, 시설농가 폭설 피해 자원봉사
3월 18일 오전 9시 30분. 충북 청주시 청주역 광장에는 빨강, 파랑, 노랑, 흰색의 알록달록한 모자들이 넘실거린다. 꽃샘추위로 인한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씩씩한 이들은 250명의 하나님의 교회 청주지역 성도들로, 폭설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해 모인 것이다.

ⓒ 2004 WATV
봉사 장소는 청주역 뒤쪽으로 펼쳐진 정봉마을. 이곳 농가에는 이번 폭설로 감자, 시금치, 파, 얼갈이배추, 근대, 아욱 등을 키우던 비닐하우스 수백 동이 무너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하나님의교회 청주지역연합회 이석규 목사는 “이 주변을 오가며 식구들이 폭설 피해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많이 안타까워했다”며 “선을 행하는 것이 아버지 안상홍님의 뜻이기도 하므로 우리 이웃인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고자 이렇게 나왔다”고 봉사 취지를 밝혔다.

ⓒ 2004 WATV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농촌 일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어려운 농민들을 돕는다는 기쁨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구들은 장비와 식사, 수송차량뿐 아니라 작업용 장갑에 목 높은 장화까지 준비해 왔다. 시설식 하우스가 대부분인 이곳에서 할 일은 갑작스럽게 내린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땅으로 푹 꺼져버린 비닐하우스 철골들과 이리저리 찢긴 비닐들을 걷어내는 작업이다. 일을 맡자마자 식구들은 진흙더미 속에 파묻힌 파이프를 뽑고 비닐을 제거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거침없이 손을 움직인다.
한 농가는 비닐하우스가 서 있기는 하지만 일부 파이프들이 눈의 무게 때문에 땅 속으로 푹 꺼져 그것들을 다시 뽑아서 세워야 했다. “하나 둘 셋, 으샤!” 하며 힘을 모아 파이프를 세우는 장년들의 모습이 듬직하다. 일부러 휴가까지 내고 자원봉사에 참석한 장년도 있었다. “내 일도 바쁘지만 피해를 입어 아무 일도 못 하는 농민들을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실의에 빠지지 마시고 희망을 갖고 다시 일어서세요”라며 격려하는 자원봉사자들. 아무래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장년 성도들은 수확을 망친 농민들의 심정을 너무나 잘 이해하는 듯했다.

ⓒ 2004 WATV
비닐하우스 15동이 모두 무너져 “출하를 앞두고 농작물들이 다 몰살당했다”며 쓴웃음을 짓던 최종현(42) 아주머니는 “식사라도 대접해야 하는데…”라며 일하는 식구들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시한다. 그나마 살아남은 배추들은 캐서 시장에라도 내다 팔겠다는 아주머니를 위해 배추를 뽑던 식구들은 “기왕에 뽑은 것 우리가 다 사가지고 가자”고 나섰다. 시장에 갖고 가도 얼마나 팔 수 있을지 막막하던 아주머니는 “배추를 사 주기만 하면 종자 값이라도 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뛸 듯이 기뻐하며 시중 가격의 절반에 주겠다고 고마운 마음에 인심까지 쓰신다.
처음에는 ‘부녀들이 대부분인데 정말 제대로 일을 할까’ 하는 의구심을 갖던 농민들은 식구들의 일하는 속도와 열심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쁘다면서 기운 내어 맛있는 채소를 많이 재배해 달라고 밝게 이야기하는 식구의 말에 농민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 2004 WATV
봉사자들의 부지런한 손길에 하루 동안 해도 모자라는 일이 정오도 채 안 되어 다 끝났다. 하지만 이대로 가버리면 남아 있는 무너진 비닐하우스들은 언제 다 복구하랴 싶어 식구들은 다른 농가, 또 다른 농가들까지 도와주었다. 지켜보던 농민들은 자원봉사자들이 몸살이라도 날까 걱정하며 “정말 많은 일을 해주셨다”고 오히려 만류했지만, 식구들은 할 수만 있다면 모든 피해 농가들의 복구 작업을 다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후 다섯 시가 거의 다 될 무렵,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식구들이 농민들에게 “여러분 힘내세요!”라고 인사하자, 작목반장 박종완(55) 씨가 대표로 답례했다.

ⓒ 2004 WATV
“지금까지 인력 지원을 많이 받았는데 여러분처럼 열심히 잘 해주시는 분들은 처음입니다. 농민들은 이제 용기를 얻어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겉포장이나 외양이 미끈한 것을 고르지 말고 벌레 먹었어도 몸에 좋은 농산물을 애용해 달라는 부탁도 덧붙였다.
성도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마친 이석규 목사는 “식구들이 힘든 것도 잊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하나님께서 힘을 주셨기 때문이다”라며 “앞으로도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성도들의 이웃사랑 실천 의지를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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