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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참사, 잊혀지지 않는 사랑
[2004-02-18 오후 2:14:00] 지하철참사 1주년 맞아 유가족들과 재회
2월 18일, 대구에서 192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48명의 부상자를 남긴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일 년이 되는 날이다. 지하철 화재사건이 발생했던 중앙로역 인근 도로에서는 2천 명가량이 참석하여 오전 9시 30분부터 세 시간여 동안 대구지하철참사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교통을 통제한 차도에서 추모식이 진행되는 동안, 이와 별도로 행사장 좌우편 인도에서는 지난해 참사 직후 시민회관에서 자원봉사에 나섰던 10여 개 모범봉사단체가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차와 가벼운 간식을 제공하며 아직 쌀쌀한 겨울 아침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 2004 WATV
추모식이 끝나고 사람들이 거의 자리를 뜰 무렵, 행사장 우편 끝 모퉁이의 인도(人道)에서는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아름다운 장면이 새롭게 연출되고 있었다. 이날 자원봉사에 참여하여 차와 김밥, 과일, 어묵, 떡 등을 제공하고 있던 하나님의 교회 성도들에게 추도식을 마친 유가족들이 달려와 서로 얼싸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눈 것이다.

ⓒ 2004 WATV
참사로 딸을 잃은 유가족 정숙자 씨는 하나님의 교회에서 이날도 자원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하고 있을 때 뭐라도 먹으라고 따뜻이 챙겨주고 위로해 주어 정말 몸 둘 바를 몰랐다”고 지난날을 회상하던 정 씨는 “지금껏 나도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기억해 주어 더욱 고맙다”며 자원봉사자 원경숙 씨의 손을 꼭 잡았다. 원경숙 씨도 차와 음식을 차려내면서 “그동안 식사는 잘 챙겨드시는지, 잘 지내시는지 너무 궁금했다”며 반가움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그간 경황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연락하자며 다정하게 팔짱낀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는 마치 의좋은 자매처럼 보였다.
죽은 아들을 생각하며 다시금 눈물을 흘리던 할머니 한 분은 “전에도 그리 고맙게 음식을 권하더니 오늘도 또 왔느냐”고 하시며 자원봉사자들의 위로에 눈물을 닦고 음식을 드셨다. 유가족들은 “추모식에 참석하며 해묵은 상처를 후벼 파는 듯 마음이 아팠는데 반갑고 고마운 분들을 여기서 다시 만났다”며 자원봉사자들과의 재회를 마음의 위안으로 삼는 듯했다. 자원봉사자들도 유가족들의 안부를 물으며 음식을 권하고 그간의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 2004 WATV
유가족대책위원들과 함께 봉사현장을 찾은 유가족대표 윤석기 씨는 “참사 당시 시민회관에서 하나님의 교회 자원봉사자들과 동고동락했던 기억 때문에 오늘도 이곳을 찾게 되었다”며 아직도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다시 식사를 권해 주어 기쁘고 고맙다고 말했다. 하나님의교회 대구경북총연합회 박병호 목사도 “유가족들과 가족같이 지내며 슬픔을 나누었던 소중한 기억을 되살리고자 오늘 자원봉사를 나오게 되었다”면서 유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한편,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재현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청 앞 집회에 가느라 채 만나지 못한 유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싸 보내고, 사망자 친척들, 경찰, 시청 공무원, 시민들까지 600인분의 식사 대접을 마치니 오후 2시. 밤새 음식을 준비하고 새벽시장에서 과일을 장만하여 이른 아침부터 춥고 그늘진 곳에 서서 자원봉사에 임하고 돌아가는 60여 명 성도들의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는 까닭은 유가족들이 어려울 때 함께 슬픔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었던 기억을 아직도 가슴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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